해마다 가을이면 대학생들의 풋풋한 무대를 선사해온 MBC 대학가요제.
그러나 35회째를 맞는 올해는 아직 경연 날짜조차 잡히지 않았다.
MBC는 대학가요제 전담팀을 꾸리지도 않았다. 예외는 있었지만 통상 9~10월에
대학캠퍼스에서 야외 공연으로 열렸던 이 행사는 지난해 11월 하순으로 밀려나면서
야외가 아닌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지금으로선 개최가 확정된다 해도 응모와 예심 기간 등을 감안하면 일러야 11월이나
12월에야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MBC 측 설명이다.
대학가요제는 가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80년대 중반만 해도 "대상을 타면
연말 신인가수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대중음악계의 '절대 권력'이었다.
높은음자리(1985년),
유열(1986년), 무한궤도(신해철과 015B의 정석원 등이 결성했던 밴드·1988년)등이 대표적이다. 잘 알려진 대로 심수봉, 배철수, 노사연 같은 중견 가수들도 이 대회 출신이다.
안착한 경우는 보기 힘들다. 2000년대 초 대상을 받았지만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인
정모(30)씨는 "뮤지션의 꿈을 품고 참가해 정상까지 올랐지만,
대학가요제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돌을 거느린 연예기획사들이 가요계를 장악하고, 오디션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빚어진 결과"라고 한다. 특히 2009년 케이블방송 엠넷이 오디션프로
슈퍼스타K를 시작한 뒤부터 대학가요제의 잠재적 수요 계층인 실용음악 전공생들이
대거 '슈스케'에 지원하고 있는 게 결정적인 쇠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대학생 가수 지망생들로선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대중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끌어내는 슈스케가 대학가요제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준흠씨는 "전통의 가요제들이 하나 둘 사라지게 된 것은 대중이
외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중이 스스로 그렇게 된 것인지,
가요계 관계자들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실력 있는 예비 뮤지션들을 위한 경연 기회가 사라진다는 건 대중음악 발전을
위해 결코 긍정적이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