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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밴드들이 있었어?…KBS2 ‘탑밴드’

즐락지기 2011. 7. 19. 12:05

         세상에 이런 밴드들이 있었어?…KBS2 ‘탑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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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밴드들은 모두 사라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국내 가요계에 여전히 보석처럼 빛나는 밴드들이 살아숨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덧붙여 이들을 지도할 코치진으로 합류한 이들 역시 가요계 밴드문화의 산증인들이어서 새롭게 조명받는 중이다. 바로 밴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KBS2 ‘탑밴드’(김광필 연출)다.
  • 이 프로그램은 최근 24개 팀의 본선진출을 확정짓고 정원영, 신대철, 김도균, 남궁연, 노브레인, 체리필터 6명의 코치진에게 각각 4팀씩 6개조로 나누는 작업을 보여줬다. 실력 있고 각자 독특한 음악적 색깔로 어필하는 이들 팀이 일방적으로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선호 코치를 미리 정해놓고 코치들은 뒤로 돌아선 채 연주만 듣고 뒤돌아서 팀을 선택하는 쌍방향 선택제를 도입해 신선함을 더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가요계와 방송가에 끼치는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룹 하면 춤 추거나 소몰이 창법을 구사하는 아이돌, 솔로 하면 R&B를 잘 부르는 고음의 가창력 가수를 떠올리게 되는 빈약한 가요계 주류나 이들 주류만 껴안고 예능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방송가에 멋진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있는 셈이다.

    밴드는 연주, 작곡, 퍼포먼스, 가창력, 음악적 조화까지 한 나라의 가요계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 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바로미터다. 록, 펑키, 펑크, 재즈, 팝, R&B, 트로트까지 밴드에 장르적 한계란 없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하기에 리더나 구성원간의 음악적·인간적 조화가 절대 필요하다. 여기에 경쟁보다는 얼마나 다르고 독특한가가 평가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다. 밴드가 풍성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중음악적 풍토가 자리한 곳이라면 진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탑밴드’는 이러한 밴드의 중요성에 착안해 기획됐고 공동체문화의 복원이라는 사명감까지 지니고 제작되는 프로그램이다. 더구나 예능국이 아닌, 시사교양국이 제작을 맡고 있다. 그 만큼 밴드 자체가 지닌 폭발적 잠재력을 방송가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방송이 나간 후 ‘탑밴드’는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학창시절 기타드럼 스틱을 들고 밴드를 꿈꿨던 경험이 있어 새롭게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김광필 EP는 최근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0∼50대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면서 “학창 시절 밴드를 경험한 이들을 중심으로 추억을 되새기면서 흥미롭게 자신들이 꿈꿨던 밴드를 상기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어떤 예능프로그램보다 흥미롭다. 밴드들의 실력이나 개성도 뚜렷하지만 지난 16일 방송에서 각자 남다른 포스를 지닌 6인의 코치진에 난다긴다 하는 국내 개성파 밴드들이 대거 출연해 조 합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기 막힌 상황은 그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었다. 여기에 톡식,
    게이트 플라워즈, 엑시즈, 아이씨사이다, 포 등 쟁쟁한 팀들을 놓고 코치진이 서로 맡겠다고 나설 만큼 재미있는 상황이 방송에 나갔다. 김광필 EP는 이를 두고 “사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일방적으로 경쟁만 강요하는 것 같은데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밴드 모두들 뛰어난 실력을 지닌 팀들이어서 미안하기 그지없다”고 전제한 후, “코치도 일방적으로 팀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평등하게 선택하는 시스템을 선보여 재미가 남다를 것”이라고 공연한 바 있다.

    ‘탑밴드’는 앞으로 각조 별로 합숙훈련에 들어가고 4개 팀 중 1위와 2위를 선정, 최종 16강 팀을 결정하게 된다. 지금껏 심사를 위해 자신들의 곡이 아닌 남의 곡으로 대결을 펼친 팀들은 8강전부터 자신들의 곡으로 정면승부를 벌일 전망이라 더욱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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