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측 유권자에 험난한 유세차에 집안 핀잔까지
[CBS사회부 최인수 기자]

"자녀들 교육문제 시원시원하게 해결합시다. △△△ 후보를 교육감으로 팍팍 밀어 주세요.", "XXX 후보를 꼭 뽑아주세요. 우리 동네가 살기 좋아집니다."
6.2지방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자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유세를 돕는 선거사무원인 '아줌마 부대'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가정주부가 선거판 정치에 뛰어들면서 겪는 우여곡절도 만만찮다.
◈ 반대 측 유권자에게 욕설 들으면 기운 빠져
유영임(56) 씨는 선거사무원으로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교육문제에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고등학생인 자녀의 사교육비 부담을 집에 앉아 걱정만 해왔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교육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로 선거운동에 적극적이다.
출근길 시민들보다 먼저 거리로 나와 로고송에 맞춰 율동도 추고,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후보자들의 명함도 부지런히 돌린다.
후보자들의 이름과 공약이 새겨진 티셔츠를 걸친 채 골목골목을 누비기도 한다.
퇴근길 시민들까지 만나다 보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무엇보다 힘든 건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횡포에 시달려야 할 때다.
유 씨는 "지지하는 분들이 참외도 주고, 시원한 음료수도 건넬 때면 보람도 느끼고 힘도 나는데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은 가끔 욕도 하고, 때리려고 하기도 한다"며 "그럴때마다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 달리는 유세차량에서 떨어졌지만 후보 측은 '나 몰라라'
트럭 위에 올라 거리 유세를 하다보면 손잡이 하나에 의지한 채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아찔했던 경험도 한 두번이 아니다.
한 손에는 확성기를 든채 달리를 차량에서 모자가 벗겨지지 않게 다른 손으로 잡으면, 트럭 손잡이는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수시로 연출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에는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후보 선거사무원이 서울 홍릉수목원 근처를 달리던 유세차량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10여 명의 선거사무원들이 차량 2대에 나눠 탔는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세차량이 급출발하는 바람에 도로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사고를 당한 선거사무원 A(45.여) 씨는 치아 5개가 부러지고, 팔이 골절돼 전치 8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지만 그를 챙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A 씨는 "선거운동을 돕다 다쳤는데 후보자 선거 캠프에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면서 "얼굴 살점이 떨어져 나가 성형수술까지 받아야하지만 치료비에 대한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후보자 측은 "선거 유세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유감"이라면서도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바빠 현재 상태를 잘 모른다"고 답했다.
◈ 일당 7만 원 때문에 집안일은 '뒷전'
지지하지도 않는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기도 한다. 일당 7만 원 때문이다.
서울의 모 구청장 후보자 선거사무원인 곽 모(57.여) 씨의 경우 이웃집 아주머니의 설득으로 유세에 참여했다.
애초에 얼굴도 모르는 후보자를 위해 일하다보니 정작 투표 때는 평소 자신이 지지하는 다른 후보를 찍을 생각도 갖고 있다.
거기에다 종일 선거유세를 다니면서 집안일에 점점 소홀해지고 있다는 가족들의 핀잔도 듣는다.
하지만 7만 원씩 일당을 모아 100만 원 가량을 받으면 자녀 대학 등록금에 보탤 계획이다.
자녀들과 우리 동네를 위해 좋은 일꾼을 뽑도록 돕는데 보람을 느낀다는 '선거사무원 아줌마부대'.
후보자들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처럼 외치느라 목이 쉬어버렸지만, 좋은 정치를 바라는 그들의 바람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표심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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