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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력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전인권·김광석 ‘진정성의 힘’

즐락지기 2012. 5. 25. 15:25

<김고금평 기자의 컬처홀릭>

가창력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전인권·김광석 ‘진정성의 힘’

 

1985년 결성된 그룹 들국화가 이달 중순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모인다고 합니다.

이들의 재결성 소식에 가장 먼저 가슴을 두근거리는 이들은 40대 이상의 음악 팬들이겠지요.

그간 병원에서 요양 중이던 보컬 전인권이 합류한다고 하니, 완전한 들국화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들국화는 결성 당시, 주류 음악 시장의 흐름을 따르지 않은 독립군 같은 존재였습니다.

자신이 만든 음악으로, 자기 색깔을 담아 대중과 조우했죠.

전인권은 당시 가수협회에서 '가수'로 인정받지 못할 만큼 창법이 독특했습니다.

우선 가사 전달력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 그리고 절절하게 뻗는 고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주류 음악계에서 외면했던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창법은 '전설'이 됐고,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독창적인 가창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 1996년 1월 사망한 김광석(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으로 데뷔)의 모든 음악을 담은

'김광석 박스세트'가 이달 말 발매됩니다.

이 세트에는 정규 스튜디오 음반 6장, 라이브 음반 2장 등 모두 10장이 담깁니다.

김광석은 생전 기타와 하모니카 하나 달랑 들고 소극장 무대를 돌며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음색으로

듣는 이들을 감동시켰습니다.

그는 1995년 8월11일 소극장 콘서트 1000회를 기록할 만큼 왕성한 라이브를 펼쳤던 '공연의 달인'이었습니다.

들국화와 김광석의 음악이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에게 또렷이 기억되며 재생산되는 걸 보면

'음악의 힘'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스라이 사라질 것만 같은 두 존재가 지금 어린 세대들에게도 회자되는 것은 아날로그 음악이 주는 따뜻함이나

좋은 선율의 힘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그것보다는 그들이 지닌 '진정성의 힘', 그리고 '개성과 독창성의 힘' 때문이라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요?

요즘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출연하는 화제의 출연자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노래를 완벽하게 짜맞춘 듯 잘 부르는 가창력에 '학습된 흔적'들이 배어 있다는 것입니다.

끝음에서 보여지는 바이브레이션의 길이나 시작부터 '뭔가' 이입하려는 포장된 음색과 기교는

'잘 훈련된 기능인'의 모습 그대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김민기는 김광석을 향해 '진정성'이라는 표현으로 그의 음악정신을 기렸고,

최백호는 "가수는 선생(전문가)의 냄새가 밴 학습을 통해 색깔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인생에서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잘 다듬어지고 훈련된 가창의 소유자들이 지금 당장 듣는 이들을 잡아끌 수는 있지만

10년, 20년 뒤에도 여전히 가슴으로 진동하는 감동을 안겨줄지는 미지수입니다.

'학습'을 버리고 진정성으로 무장한 '개성'이 왜 중요한지 들국화와 김광석에서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