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팝스타들 내한공연 붐..배경은
국내 공연수요 및 기업 후원 확대.열정적 관객 반응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음반이나 유튜브 동영상으로만 접했던 유명 팝스타들의
내한공연이 말 그대로 숨가쁠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3월에만 재즈그룹 포플레이의 공연(2일)을 시작으로 산타나(9일), 아이언메이든(10일), 이글스(15일),
파 이스트 무브먼트(19일), 슬래시(20일), 케샤(29일), 니요(30일)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해외 유명 가수들이 한국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음반 시장 침체로 인한 공연 시장의 팽창, 국내 문화 소비층 확산에
따른 기업 후원의 확대, 열정적인 국내 공연 문화에 대한 해외 뮤지션들의 호응 등을 이의 배경으로 꼽는다.
◇음반 시장 침체..뮤지션들 공연 수입 의존도 커져 = 유명 밴드나 가수들의 내한공연이 이처럼 급격히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대중음악 산업의 근본적인 수익구조 변화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인터넷 보급과 디지털 문화 확산으로 음반 시장이 침체된데다 휴대전화를 통한 모바일 음원 소비까지 가세하면서
오프라인 음반 판매는 더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 음원 시장 역시 불법 다운로드의 증가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세계음반산업연맹(IFP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디지털 음원 판매 성장률은 6%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산업 구조적으로 앨범이나 음원 판매 수입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되면서 유명 록 밴드들이나 팝계의
톱스타들이 공연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순회 지역 역시 미국이나 유럽 일변도를 벗어나 아시아, 남미 등 제3세계 지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내 음악 소비문화가 변화하면서 뮤지션들이 앞다퉈 순회공연 후보지로 편입시키고 있는 데다
국내 공연 기획사들 역시 이들에게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면서 내한공연이 활성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4일 "음반 시장 침체와 공연 시장 확대는 몇 년 전부터 진행돼온 것인데,
한국에 그만한 수요가 없어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세계 공연 시장에 합류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음악 소비문화 변화..공연 수요 확대 = 국내 음악 소비문화가 변화하고 있는 점도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공연 붐에 일조하고 있다.
먼저 70~80년대에 10~20대의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팝 음악을 즐겼던 중장년층은 작년부터 이어진 딥 퍼플, 스티비 원더, 스팅,
에릭 클랩튼 등 젊은 날을 함께 했던 거장들의 내한공연에 눈길을 돌리는 양상이다.
실제로 스팅 내한공연의 경우 티켓 구매자 중 30대가 48.7%, 40대가 33.6%로 30~40대가 전체 구매자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오는 9일 열리는 산타나의 공연도 현재까지 구매자의 45.5%가 40대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30대가 43.2%로 뒤를 이었다.
20~30대 젊은층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젊은층은 젊은층대로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하는 디지털 음원에 만족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팝 스타를 직접 보면서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연에서 진정한 만족감을 얻는 추세다.
작년 8월 열린 스티비 원더의 내한공연 경우 7만7천~23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티켓을 가장 많이 구입한 연령층은 20대(59.7%)였다.
환갑을 맞은 이 미국의 팝스타가 한국의 20대를 사로잡은 것이다.
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는 "음악 그 자체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니아층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들이 록 페스티벌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외국 뮤지션들의 공연을 접하게 되면서 티켓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공연이라면
기꺼이 지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장을 가진 30대 초중반부터 40대 초중반 사이의 음악팬이 공연장에 제일 많은데, 이들은 90년대 중후반 인디 무대의
탄생을 경험하는 등 문화에 좀더 다양하고 열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문화적인 지출에 아낌없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
에릭 클랩튼, 녹슬지 않은 연주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기타의 거장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내한공연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1.2.20 xanadu@yna.co.kr |
이런 탓에 수억 원, 많게는 10억~15억원이라는 고가의 개런티로 과거에는 유명 뮤지션들을 불러올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공연 기획사들도
점차 이들 초청 사업에 눈을 돌리는 양상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는 시장경제 원리가 대중음악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 자본, 공연기획 투자 늘어 = 음악 공연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기업들이 기업 이미지 제고나 브랜드 홍보효과,
자사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공연기획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공연 자체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 높은 개런티의 톱스타들을 불러올 수 있게 되면서 공연 시장이 이전에 비해 훨씬 커지고 있다.
이 분야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성과를 거둔 기업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2007년부터 '슈퍼콘서트' 시리즈로 클래식과
팝 스타를 번갈아 초청하기 시작했다.
현대카드는 공연기획사 액세스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비욘세, 빌리 조엘, 휘트니 휴스턴, 어셔, 스티비 원더, 스팅까지
말 그대로 '슈퍼스타'들의 내한공연을 성사시켜 브랜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또 자사 고객들에게만 티켓을 할인 판매하는 전략으로 공연 티켓을 저렴하게 구입하길 원하는 이들을 신규고객으로 유인했고
이들의 재구매율과 충성도가 높아지면서 영업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스티비 원더 공연의 경우 전체 고객의 91%가 현대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효과를 누린 현대카드는 최근 새로운 문화 마케팅 시리즈로 슈퍼콘서트보다 규모가 작은 '컬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CJ그룹 계열의 엠넷미디어 역시 지난해부터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기획에 합류해 행사를 직접 주최하는 등 해외 뮤지션 내한공연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최근에는 거물 록밴드 이글스의 내한공연을 단독 기획했다.
SK텔레콤은 작년 여름 힙합ㆍ일렉트로닉 페스티벌을 열어 당대 톱스타인 카니예 웨스트를 초청, 크게 주목받았다.
최근 현대백화점도 팝스타 니요의 콘서트를 주최한다.
이런 추세를 타고 향후 대기업들의 공연 투자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관객들의 열광적 반응도 '한몫' = 월드컵의 '붉은 악마'로 대변되는 응원문화가 공연에서도 그대로 진가를 발휘하는 점도
유명 뮤지션의 내한공연을 이끄는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음악과 춤을 즐기고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아낌 없이 열정을 발산하는 한국인들의 문화는 세계 각지를 순회 공연하는
팝 스타들도 깜짝 놀랄 정도여서 스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 팝 스타들은 내한공연에서 한국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놀라 '어메이징(amazing)'이란 단어를 연발하곤 하는데,
이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은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개런티에도 한국 공연을 자청하는 뮤지션들이 많다는 데서도
입증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에릭 클랩튼 역시 공연장을 떠나는 차 안에서 매니저에게 "최근 2년간 가장 훌륭한(best) 공연이었다"고 말하는
등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공연기획사인 나인엔터테인먼트 김영일 대표는 전했다.
분위기를 잘 타기로 유명한 산타나는 1996년 첫 내한공연에서 관객들 반응에 힘입어 예정된 시간을 한 시간이나 넘겨 공연했으며,
보통 공연이 끝나면 바로 떠나는 스티비 원더 역시 지난 내한공연에서는 흥분해 협연한 김덕수 씨 등 연주자들의 대기실을 돌며 일일이
포옹까지했다는 후문이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우리나라 관객들은 반응이 굉장히 열띠고 적극적이기 때문에 외국 아티스트들의 시선이 상당히 호의적인 것 같다"며
"예전 같으면 열심히 섭외해서 모셔와야 했는데, 이젠 먼저 '가고 싶다'고 하는 아티스트까지 있을 정도로
공연 강국으로 성장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우리네 이야기 > 음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광석 15주기를 떠올리며, “근데 광석인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 (0) | 2011.03.09 |
---|---|
세시봉·김광석은 추억복고가 아니다 (0) | 2011.03.09 |
현존하는 팝의 거장, 이글스 첫 내한공연 (0) | 2011.02.22 |
성공한 뮤지션 뒤로 자리잡은 박진영 ‘표절 논란의 역사’…1995년부터 현재진행형 (0) | 2011.02.16 |
‘아이돌’ 울린 ‘쎄시봉 콘서트’, 무엇을 남겼나 (0) | 2011.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