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 있어 음악이 더 좋은 직장인 밴드
[머니위크 커버]샐러리맨의 이중생활/ 직장인 인디밴드 '바세린'
-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입력 : 2010.04.23 09:28 조회 : 1929 추천: 17나도한마디: 0
바세린은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인디 밴드 중에서도 조금은 ‘과격한’ 음악을 선보이는 하드코어 록 그룹이다. 올해로 활동을 시작한지 14년. 홍대 1세대 인디밴드 중 하나로 지금까지 수많은 마니아를 확보하며 홍대를 주름잡고 있다. 이들에 대해 말할 때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멤버들 각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직장인 밴드’라는 점이다. ![]()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뮤지션 청바지에 후드티, 야구 모자를 편하게 눌러쓰고 악기를 어깨 뒤로 둘러 맨 모습이 머릿 속으로 떠올렸던 ‘직장인 밴드’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날 기자와 마주한 멤버는 기타를 맡고 있는 조민영 씨와 베이스의 이기호 씨. 멤버 중 한명은 ‘회사 일’ 때문에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고, 다른 한명 역시 일이 있어 연습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떠났다고 한다. 그래도 멤버들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우리 모두 직장이 있다 보니 바쁠 땐 서로서로 이해해 주는 편이에요. 아무리 음악이 좋아서 하는 거라지만 그래도 직장인들은 어쩔 수 없잖아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모여서 연습하는 데 기본적으로 연습도 즐기면서 하자는 편이에요.” 현재 조민영 씨는 신세계 이마트에 근무 중이고, 이기호 씨는 SK C&C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직장생활과 뮤지션으로서의 비중은 9대 1 정도. 물론 9가 직장이다. “주말에 한두시간 모여서 연습하고 공연을 하거나, 평소에는 퇴근하고 집에서 30분이나 1시간 정도 기타를 잡아 보는 것 같아요. 출퇴근시간에 음악을 듣기도 하고요. 음악에 투자하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그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30분이라도 열정적으로 연주에 몰입하면 그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해요.” "다들 ‘열정적이다’ ‘부지런하다’고 말하는데, 우리는 그냥 주말 시간 짬내서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 뿐이잖아요.” 인디에서도 실력 있는 밴드로 유명한 바세린이기에 음악에 대한 욕심이 남다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직장인 마인드(?)’가 강한 것 같아 의외다. “음악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사실 우리에게 음악은 일이라기 보다는 취미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음악은 직장인이 되기 전부터 늘 해오던 것이잖아요. 주말이면 무대에 서고 연습을 하는 게 우리에게는 일상이고 생활의 일부나 다름없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음악 외에도 좋아하는 게 많아요. 지금 제 직업인 디자이너도 개인적으로 욕심이 나고 너무 좋아하는 일이에요. 지금도 주말에는 밴드 연습 외에도 그래피티를 하기도 하고요. 두 분야 다 너무 좋아하는 일이니까 지금껏 욕심을 부려가며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뮤지션과 직장인,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다른 두모습. 무대 위를 땀흘리고 날아다니며, 이렇게 편하고 자유로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양복입고 직장에 출근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디자이너를 하는 이씨는 그러나 두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웃으며 손사래를 친다. “디자이너도 복장이 자유로운 직업이라 저는 직장에서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원래는 직장 내에서 제가 음악 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바세린 공연 모습이 동영상으로 뜨고 하다 보니까 숨길 수가 없더라고요. 공연 모습 본 분들은 신기해 하기도 해요. 무대 위에서 헤드뱅잉하고 그러면 전혀 다르게 보시는 것 같긴 해요.” 조씨가 거든다. “맞아요. 예전에 카우치 사건 때는 그런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너도 공연하면 바지 벗고 그러냐고. 그만큼 두모습을 분리해 보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방방 뛰어다니게 되고, 굳이 달라지려고 애쓰는 건 아니에요." ![]() ◆"음악을 '밥벌이'가 아니랍니다" 뮤지션 14년차, 그리고 직장생활 5~6년차.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터. 포기하고 싶은 때는 없었을까. 이씨가 “그걸 고민하다 갈등이 생기게 되면 결국 밴드를 떠나겠죠. 실제로 그런 분들도 많고”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공석으로 비어 있는 기타 연주자를 찾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사실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에요. 가끔 내가 음악만 한다면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예전에 해외에서 공연을 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그런데 현실은 현실이잖아요. 아마 그때 꿈을 좇아 해외에 나갔으면 지금쯤 쪽박차고 있을 지도 몰라요.” “현실적으로 인디밴드로 음악만 하면서 생활을 영위하긴 힘들잖아요. 대부분의 밴드들이 어떤 형태로든, 음악을 연주하며 기타를 가르치거나 비슷한 형태로라도 다른 일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우리 둘은 다 결혼을 해서 가정이 있으니까 안정적인 수익이 없다면 힘들지 않았을까요?” 조씨는 “오히려 직장이 있으니까 우리 나름으로는 좋아하는 음악을 밥벌이가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인다. ![]() 그래도 주말마다 공연을 다니고 두개의 직업을 갖고 있으니 수익면에서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물었다. 이씨는 “오히려 우리가 투자 하는 경우가 많다”고 장난스레 받아친다. “주말이면 으레 공연을 다니지만, 우리가 꼭 돈을 보고 공연을 다니는 건 아니에요. 공연 수익이 사실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뒤풀이로 술 한잔 할 수 있을 정도에요. 어쩌다 가끔 공연으로 목돈이 생기면 멤버들 각자 수익을 나누는 게 아니라 밴드 앞으로 갖고 있어요. 가끔 밴드에서 목돈이 필요할 때 쓰려고요. 오히려 음악에 욕심을 내다보면 사비를 털어가며 투자할 때가 더 많죠.” 이들은 “앞으로 새 앨범 작업도 슬슬 시작할 때가 됐다”며 “목돈 들어갈 때가 돌아온다”고 눙을 친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앨범 작업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레퍼토리가 반복되니까 연주하는 우리도 지겨워지고 새 앨범을 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앨범 작업에 들어가면 지금 보다는 더 바빠질 것 같아요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줄 순 없으니까, 개인적인 시간을 한동안 음악에 모두 할애 해야 겠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감수해야죠.” 마지막으로 5년 뒤의 바세린의 모습을 묻자, 곰곰 생각하던 조씨가 답한다. “사실 멤버들이 결혼을 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아기가 없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었어요. 주중엔 직장 생활하고 주말엔 모여서 좋아하는 음악하고. 그런데 아무래도 아기가 생기면 달라질 것 같긴해요. 애를 낳아봐야 알겠지만, 음악은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5년 뒤엔 공연장에 아내와 애기가 함께 와서 제 공연을 보고 있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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