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이야기/음악이야기

대형 록 페스티벌 연이어 개최 – 음악 팬들의 선택은?

즐락지기 2010. 7. 7. 00:22



[OSEN= 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2010년 여름 록 음악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3주 동안 연이어 국내외 음악인들이 공연하는 대규모의 록 페스티벌이 서울 근교 지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뭐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3개 페스티벌 전 일정을 참가하기 위해서 50만원에 육박하는 티켓 값과 식대 교통비 등 부수 비용이 필요한 것을 감안한다면 무척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직장인들에 비해 호주머니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대학생과 고등학생 주 관객층 다수가 선택의 기로에 서야만 할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록 페스티벌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진정한 승자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개최되는 날짜 순으로 간략하게 페스티벌을 소개함.)

- 작년 보다 화려해진 출연진, 펜타 포트 록 페스티벌의 부활? -  

전신인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의 명성을(?) 등에 엎고 2006년 시작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개최된 지 불과 4년 차인 지난 해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대한민국 대표적인 록 페스티벌의 위상이 심하게 흔들렸다. 원래 펜타포트를 주관했던 공연 기획사와 개최도시인 인천시 사이가 의견을 달리하며, 공연기획사는 새로운 페스티벌을 구상하여 경기도 이천 지산 리조트와 함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탄생시켰다.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공연기획사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과 연계, 신생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아티스트들을 출연시키며 나름 성공적인 2009년 첫 해 페스티벌을 개최하였다. 기존의 펜타포트 페스티벌주최측은 다른 공연 주관사를 통해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려 했지만, 같은 시기에 열렸던 지산 밸리의 라인업에 결코 필적할 수 없었다. 다행이 파격적인 티켓 할인 정책과 국내 주요 록 뮤지션 위주로 펼쳐진 작년 공연에 대한 평가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만약 올해도 작년과 엇비슷한 상황이었다면 펜타포트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개최시기가 7월23일에서 25일로 확정되어 지산 밸리 보다 1주일 먼저이고, 국내 음악 팬들이 주목할 만한 해외 팀들이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많은 음악 팬을 확보하고 있는 23일과 24일의 헤드라이너 스테레오포닉스(Stereophonics)와 후바스탱크(Hoobastank)가 가장 눈에 띤다.
 
또한, 24일 출연하는 제임스 머피(James Murphy)의 프로젝트 밴드 LCD 사운드 시스템(LCD Soundsystem)은 그래미상 일렉트로닉 댄스 부문에 후보로 여러 번 지명되는 등 록, 댄스, 펑크가 융합된 사운드를 국내 팬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영국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한 “Immersion”을 국내에서도 발표한 펜듈럼(Pendulum)은 세계 최고의 드럼 앤 베이스 팀으로 역시 24일 디제이 셋으로 초대되어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펼칠 팀들 못지 않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김창완 밴드, YB, 크라잉 넛, 강산에, 뜨거운 감자, 이한철 등 42개 대한민국 뮤지션들 역시 뜨거운 무대에 합류한다.

-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막강 라인업으로 자리 굳히나? -
 
경기도 이천시 지산 리조트에서 7.30일에서 8월 1일 사이에 개최되는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서두에서 설명한 것처럼 출범한 지 2년 밖에 안되었지만, 같은 시기에 열리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과 연계하여 다수의 팀이 참가하고 있다. 현재 정상급 인기를 얻고 있는 해외 아티스트들이 “후지 록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만큼 지산 밸리가 펜타포트 보다 음악 팬들에게 라인업 면에서 훨씬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펜타포트 페스티벌에도 LCD 사운드시스템, 이언 브라운<Ian Brown>등 후지 록 참여 아티스트가 참여하기는 하지만...)

2010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목할 팀은 바로 펫 숍 보이스(Pet Shop Boys)일 것이다. 7월 31일(토) 후지 록 과는 별개로 단독으로 참가하는 그들은 25년 동안 일렉트로닉 음악의 정상에 자리에 있었던 독보적인 듀오로 한국 무대에 최초로 오르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가 더한 듯싶다. 30일의 헤드라이너 트립합 밴드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과  연초 내한 공연과 작년 페스티벌에도 참여하여 록 음악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뮤즈(Muse) 역시 티켓을 구매하는데 한 몫을 하는 듯 하다.
 
빌보드 팝 앨범 차트 깜짝 1위를 기록했었던 신예 그룹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와 화제의 영화 “트와일라잇(Twilight)” 삽입곡 ‘Spotlight’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신진 그룹 뮤트매스(Mutemath)는 쿨라쉐이커(Kula Shaker), 써드 아이 블라인드(Third Eye Blind)등 관록 있는 선배 팀들과 한국의 페스티벌 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록 페스티벌임에도 팝 스타일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벨 앤 세반스찬(Belle And Sebastian),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 다이안 버치(Diane Birch) 등 국내에서 골수 팬을 확보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설지 흥미롭다. 국내 팀으로는 이승열, 서울전자음악단, 장기하와 얼굴들, 크래쉬 , 브로콜리너마저 , 3호선 버터플라이 등 많은 팀들이 지산 리조트를 찾아 올 음악 팬들의 열기에 부응하는 연주 노래를 선보일 것이다.

- 산타나 참여 발표한 우드스탁 페스티벌 흥행으로 이어질까? –

한국판 ‘우드스탁’이라 불리며 8월 6일부터 3일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개최예정인 “The Peace at DMZ with Artie Kornfeld, the Father of Woodstock 69“”는 업계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음악 팬들에게도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미비함으로 시작되었다. 이 페스티벌은 우드스탁의 창시자 아티 콘펠드가 직접 총괄 기획한다는 사실로 화제를 모았지만 알려진 밴드로는 도어스(Doors)와 스키드 로(Skid Row) 정도였던 1차 라인업은 ‘전설적인 우드스탁’의 맥을 잇는다는 취지와는 너무도 동떨어졌다. 주최 측에 의해 선택된 아티스트들로는 흥행은 물론이고 페스티벌 성사 여부 자체도 불투명한 듯 했다. 위기감이 느껴졌는지 28일 발표된 2차 라인업에 깜짝 카드를 마침내 등장시켰다.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산타나(Santana)의 참여 소식이다. 일부 언론에서 그가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것처럼 오보를 내고 있지만, “Supernatural” 앨범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기 전인 1996년 한국 팬들을 앞에 두고 공연한 적이 있었다. 8개 그래미 음악상 수상미국 내 앨범 판매고 1천 5백 만장을 기록한 1996년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정도로 산타나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기에 한국 공연 기획사들이 그의 공연을 유치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명성만큼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산타나의 14년만의 내한이 이 페스티벌을 통해 확정 성사되고, 추후 발표될 3차 라인업에서 2차 라인업에 출연한다고 소개된 아티스트들 – 심플 플랜(Simple Plan), 케리 힐슨(Keri Hilson), 넥스트-에 버금가는 팀들이 포함된다면 우드스탁이 지니고 있는 대중음악사적 의의와 그에 걸 맞는 세계적인 인지도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 시작하기 전에 우려되는 페스티벌 개최의 문제점들 -

지산 밸리에 상대적으로 라인업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펜타포트는 티켓가격을 상당히 내려서 음악 팬들을 공략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개최된다는 점이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기에 여유로울 수도 있다. 가장 경쟁력 있는 뮤지션들이 포진된 지산 밸리는 지난 해 보다는 훨씬 증가된 관객층 확보가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비싼 공연 개런티와 체재비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흥행 성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산타나가 공연하는 것이 발표되어서 안도감을 주긴 하지만 일명 우드스탁 코리아의 진행 상황은 지켜 봐야 할 것 같다.

한국 공연 시장이 계속 성장해 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분명 1주 간격으로 커다란 규모의 록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것은 록 음악이 주류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과다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과 같이 관객들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이 밖에도 적은 돈을 지불하고 즐길 수 있는 규모의 록 페스티벌 역시 존재하는 상황이라 상당 금액의 티켓을 사서 보는 유료 공연에 인색할 수 있다.
 
대형 록 페스티벌의 연속적인 개최로 매년 8월 서태지가 주도하여 성공적인 국제 페스티벌이란 평가를 받았던 “ETPFEST”가 올해 취소된 것은 나름 올바른 판단의 결과인 듯 하다. 돈을 주고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관객은 제한되어 있다. 심지어 2개 혹은 3개의 페스티벌을 돈 주고 관람하기 위해서는 주머니 사정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한정된 록 마니아 층 정도가 제대로 공연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일단 계획된 공연들이  무사히 잘 진행되었으면 한다. 이제 음악 팬들의 현명한 선택만이 올바른 문화가 정착되고 좋은 페스티벌만이 살아 남는 전환점을 만들게 될 것이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