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사람에게 보이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데 모차르트가 필요하고 가축이 자라는 목장에도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 세상이니, 좋은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별 망설임 없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병원에 찾아간 환자가 음악 처방전을 들고 나온다니, 미술 치료보다 더욱 낯설다. 청담 인 한의원에서 뮤직테라피를 담당하고 있는 양성동 교수는 한의학과 음악 치료를 접목시킨 시도는 드문 일이라고 말한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치유하고 그것이 점점 발전해 육체적인 치유로 이어지는 경우는 들어봤지만, 앓고 있는 구체적인 병명에 따라 음악을 처방하는 것은 무척 실험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도 음악으로 사람을 치료했던 기록이 있다.
배가 아픈 사람 앞에서 커다란 피리를 연주하는 등 고대인들도 악기의 파장과 진동을 이용해 치료했던 것이다. 그는 한의학에서도 색이나 소리 등을 치료에 사용했음을 알고 이를 음악과 접목해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음악을 연구하고 있다.
소장하고 있는 약 3만여 장의 LP 판과 CD 대부분이 영화 사운드 트랙이라고 말하는 그는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지만 가요가 아닌 극음악을 작곡했다.

1 타르코프스키의 같은 정적인 영화, 절제된 전자음악, 일본 음악의 음반들. 2 인도네시아 여행 중에 발견한 나무 풍령.
전자 음악을 좋아하던 그는 자신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뮤지션들이 명상이나 요가에 심취해 있다는 사실을 안 뒤, 음향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 그곳에서 환경 음악, 소리나 음악 등을 이용한 이종 異種 간의 커뮤니케이션 등을 배웠다. 이후 미술이나 사운드를 이용한 영상 설치 작업을 하는 등 주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했다.
그러한 그에게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20~30대의 우울증 증세가 있는 환자들이다. 산후풍처럼 몸 자체에 이상이 생겨 찾아오는 환자도 많지만 주로 정신과 마음에 이상이 있는 여성들이 많다. 그러한 이들에게 불이 타들어가는 소리 등 음악 처방전을 내리는 것이다. 빗소리처럼 흔한 소리가 아니기에 사람들은 처음엔 심한 잡음이라 생각하지만 불의 이미지를 연상하면 그 따뜻한 기운이 마음에 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연의 소리는 치료에 있어 중요하다.
일상에서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시를 벗어난 여행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하는데, 이는 자연의 소리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사운드’를 도시인이 계속 듣고 있기 힘들다. 그래서 이와 같은 파형을 가진 소리로 음악을 작곡하여 치료에 쓰는 것, 그것이 그의 임무다.
3 벽의 두깨가 다른 막힌 깔대기 형태의 이 기구를 입으로 불면 터질 듯한 소리를 낸다. 일본에서 알게 된 ‘뽀뺀’.
mind note
마음을 치유하는 데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 도시에선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양성동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풍령 등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켜줄 수 있는 소리들을 듣는다고 한다. 그가 권하는 마음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풍령 風鈴 풍령이 흔들릴 때 내는 소리가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금속이나 유리 소재도 있지만 그는 나무로 만든 풍령을 추천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알게 된 나무 풍령에서 들리는 소리는 다른 소재보다 더 맑고 따뜻하다. 풍령을 찾지 못한다면 종소리로 대신해보자.
바람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이들은 창문을 열어두는 일에 무심한 경우가 많다. 창문을 자주 열어 실내에 바람이 들어오게 하자. 알게 모르게 바람이 부는 소리가 마음에 휴식을 준다.
물 물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물소리가 마음을 정화시키는 데 좋은 음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 자갈을 깔고 항아리를 뒤집어놓은 뒤 움푹 파인 곳에 물을 고이게 하여 밑으로 조금씩 떨어뜨리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음악 가사 위주로 전개되는 음악을 들으면 굵고 짧게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지만 그리 오래가진 않는다. 클래식이 좋은 이유는 사람의 귀와 마음에 안정을 주는 적당한 음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음파들로 이뤄진 전자 음악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고 매일 듣는 휴대전화 벨 소리를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로 바꿔보는 것도 좋다.
Control your mind |
일상생활에서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은 곳곳에 숨어 있다. 미술 치료, 음악 치료와 같은 전문 센터를 방문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리빙 용품 등에서도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
한 방울의 평화 딱 한 방울이면 된다. 손끝 위에 한 방울을 덜어 어깨, 목, 귓불, 관자놀이 등에 살짝 찍어주기만 하면 된다. 손가락이 이곳들을 스쳐지나가는 순간에도 에센셜 오일의 향기가 확 퍼지며 정신이 번쩍 든다. ‘피스 오브 마인드 Peace of mind’라는 이름 또한 심상치 않은 이 에센셜 오일은 1990년 출시 당시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오리진스는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취지로 생물의학자, 임상의학자와 함께 이 신비로운 오일을 탄생시켰다. 스트레스 완화에 가장 큰 효과를 내는 바질, 정신을 맑게 해주고 기분을 산뜻하게 해주는 페퍼민트, 여기에 진정 효과를 더하는 유칼립투스 등을 혼합한 센서리테라피 제품이다. 58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피스 오브 마인드 젤 타입 로션을 사용한 이들은 피로가 69퍼센트, 불안과 걱정이 60퍼센트, 우울함이 66퍼센트, 긴장이 91퍼센트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거짓말 같지만 직접 써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10년이 넘은 세월 또한 이 제품의 효과를 대변해주지 않는가. 개인적으로도 아로마테라피 제품이라면 이 피스 오브 마인드를 꼽는다. 젤 타입의 로션, 흡입형, 마사지 오일 세 가지 타입이 있다.
다시 찾는 힐링 음반들 몇 년 전, 웰빙 열풍이 처음 불었을 무렵 각 음반사에서는 ‘힐링’을 콘셉트로 한 음반들이 쏟아져 나왔다. 명상 음반뿐만 아니라 뉴에이지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들 또한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소리를 응용한 다양한 치료법이 방송에서 나온 뒤로 그동안 무심코 들었던 힐링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듣게 된다. 사람의 ‘귀’도 취향이 있어 자신에게 맞는 음악과 맞지 않는 음악을 확연하게 구별하기 마련이다. 20대 초반엔 참 열정적으로 들리던 하드록 음악이 이젠 10분을 더 듣지 못하고 쉽게 피곤해지니 연령과 경험에 따라 들리는 소리, 아니 음악 취향이 개개인마다 다른 것도 당연. 여기에 감히 컴필레이션 음반을 몇 장 추천한다. 원고를 쓰며 가끔 음악을 듣곤 했는데 집중이 되지 않아 귀에서 이어폰을 빼놓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이 음반들은 특이하게도 듣는 동안 생각을 하나로 모인다. 무리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지루하지 않은 음파를 전하는 음반들로 주로 카오 슈징, 코마츠 료타, 기타지마 오사무, 마츠타니 스구루 등의 일본 뮤지션이 작곡한 광고, 드라마, 영화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비틀스 곡들을 힐링 음악으로 다시 편곡한 연주곡들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꽤 효과적이다. < image4> 소니 비엠지
마음을 정화시키는 요술 종이 건강하지 않은 마음을 별다른 여과 장치나 해소 없이 그냥 안에 받아들이고 넣어두는 일이 살면서 어디 한두 번일까. 얕게 가라앉은 좋지 않은 기운이 불쑥불쑥 하루에도 여러 번 심술을 부리기가 일쑤인데 말이다. 이러한 인간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노력했다는 것을 알면 좀 기가 차다. 그러니까 이 종이는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에 태어났다. 출생지는 프랑스, 고상한 책의 형태로 태어난 ‘파피에르 다미니에 트리플 Papiere d’aminie triple’은 낱장으로 뜯어 쓰는 쿠폰 형식으로 디자인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감각까지 갖췄다 .
책장을 휘리릭 넘기면 바닐라 향기가 나는데 이는 안식향나무에서 채취한 벤조인을 종이에 배게 했기 때문이다. 신경을 안정시켜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혈압을 낮추어 우울한 기분을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피부 트러블, 천식이나 기침 등 만성 기관지염에도 효과적. 모기향을 피우듯 낱장을 뜯어 3~4번 접은 뒤 불을 붙였다가 끄면 종이가 타면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공기 중에 좋지않은 냄새나 바이러스까지 잡아준다고 하니 마음은 물론 몸의 건강까지 배려한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다. 스토리샵(storyshop.design.co.kr)에서 판매.
성인을 위한 미술시간 그림 못 그린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자. 다 자란 어른이 크레파스를 손에 쥔다고 멋쩍어하지도 말자.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해야 할 부류는 아동보다 ‘스트레스 복합체’인 직장인들이다. 인터뷰로 알게 된 아트 앤 마인드에는 성인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워크숍이 필요한 부서란 생각이 든다면 당당하게 노크해보자.
맵 MAP(Metro Art Project) 대상은 자신의 삶에 적극적이고자 하는 20~30대 성인. 즐겁고 긍정적인 삶은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문제와 관련된 감정, 생각, 관계 등을 실제 이미지로 표현해가는 창작 과정. 주 1회, 화•금요일 7시 30분~9시까지. 8주 과정.
후 앰 아이 Who am I 나를 가치 있게 만들어줄 시간과 공간 탐구. 매주 수요일 7시 30분부터 9시까지.
비욘드 블루 Beyond Blue 삶에 집중력을 잃어버려 우울한 감정 속에 있는 사람들이 대상.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라이프 플랜 잡기. 매주 월요일 7시부터 9시까지. 주 1회 8주 과정.
오픈 스튜디오 미술에 관심이 있고 예술적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다양한 미술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고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작업할 수 있으며 치료사가 함께한다.
그림 / 심리 검사 좀 더 심층적으로 자신의 내부를 투사할 수 있는 그림 검사를 통해 내면을 다양한 시각으로 비춰볼 수 있다. 문의 (02)3448-055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