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이야기/음악이야기

한국 뮤지컬 아리아 BEST10

즐락지기 2010. 12. 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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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래든 가사는 중요하지만 뮤지컬에서는 더욱 그렇다. 노래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팅이 멋지다고 해도 모국어로 부르는 뮤지컬이 훨씬 감동적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감정표현은 정말 끝내준다. 오늘 테마뮤직 톱10은 한국 뮤지컬 배우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오마주다.

김보경, 김선영 ‘I Still Belive’ / [미스 사이공] 중에서

우선 명곡이다. 역사적인 뮤지컬에 역사적인 아리아다. 2막이 시작되고 나서, 그러니까 크리스가 떠나고 킴 혼자 남아 아이를 돌보는 장면에서 불려진다. 무대 아래는 베트남 빈민촌에 앉은 킴이 있고 무대 위에는 미국 어느 도시 크리스의 사랑을 갈구하는 엘렌이 있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여전히 크리스를 믿는 두 여자의 노래다.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공연이지만 전혀 다른 공간을 보여준다. 다중우주, 평행이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예술의 진짜 매력이다.

서범석, 김성민, 윤형렬 ‘아름답다(Belle)’ / [노트르담 드 파리] 중에서

리카르도 꼬치안테가 만든 뮤지컬 넘버는 뭔가 다른 아우라가 있었다. 유장한 멜로디 진행은 영미의 천편일률과 달랐고 전체를 장악하는 분위기는 모던한 무대와 아주 잘 어울렸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특색을 가장 잘 드러낸 곡이라면 역시 이 곡이다. 세 명의 주인공들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석상들이 휘돌아 움직이는 무대와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이다. 세 명의 남자들은 특색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서로의 방식으로 에스메랄다를 사랑한다.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나는 곡이며 노래만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조승우 ‘Transfomation’ / [지킬 앤 하이드] 중에서

분명한 것은 조승우가 영화배우이기 전에 뮤지컬배우라는 사실이다. 영화보다 뮤지컬로 먼저 인정 받았다. 그 견인차 역할을 한 작품이 바로 [지킬 앤 하이드]다. 이 곡은 착한 의사 지킬이 하이드로 변신하는 장면이다. 당연히 그로테스크하고 변화무쌍한 음악이 흐른다. 곱상한 외모의 조승우가 하이드로 변신하는 장면은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그의 진가를 확인하게 한다.

이승현 ‘회기동’ / [오디션] 중에서

이 리스트에 유일하게 두 곡이 오른 배우다. [밑바닥에서]에서 러시아의 처절한 예술가를 연기했다면 [오디션]에서는 처절하기가 결코 [밑바닥에서]에 뒤지지 않는 한국의 뮤지션을 연기했다. 시대도 장소도 다르지만 어쩐지 유사한 인물로 느껴진다. 이 노래는 극중 병태가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만들었던 곡이다. 밴드가 배경이다 보니 스타일은 90년대 모던 록 풍으로 간다. 뮤지컬에서 이런 장르를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성악을 전공한 이승현의 목소리가 코러스 부분에서 샤우팅 할 때 짜릿한 쾌감이 느껴진다.

최정원, 김소현 ‘In His Eyes’ / [지킬 앤 하이드] 중에서

뮤지컬 아리아 중에서 여자 듀엣 곡으로 유명한 곡이다. 멜로디가 아름다우면서도 주고 받는 화음에서 두 명의 캐릭터가 명징히 살아 난다. 최정원이야 한국 뮤지컬에서 두 말하면 잔소리가 되는 배우이고 김소현 역시 비슷하다. 최정원이 힘 있는 감정표현을 주무기로 한다면 김소현은 대리석 같은 목소리 톤으로 승부한다. 이 차이를 듣는 것만으로 우리의 마음은 충만하다.

정성화 ‘영웅’ / [영웅] 중에서

정성화는 과거 개그맨이었다. 개그맨과 뮤지컬 배우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과 상관 없이 정성화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의 팬이 되어버린다. 세밀한 감정표현과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극에서든 노래에서든 그대로 극중인물이 되어 버린다. 정성화의 최고작은 아무래도 [맨 오브 라만차]라고 해야 할 것이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돈키호테라는 캐릭터에서 그의 재능이 가장 빛났다. 뮤지컬 [영웅]에서는 안중근 역할을 했는데 극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그의 노래만큼은 역시 최고다.

김명희, 정용은, 진용국 ‘난 그 분의 생각뿐’ / [맨 오브 라만차] 중에서

인생과 구원에 대해 말하는 거대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다. [맨 오브 라만차]는 영화도 있고 뮤지컬도 수 차례 만들어졌지만 이 곡에 있어서만은 한국 캐스팅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돈키호테 영감의 조카와 집사인 두 여자는 그 분의 걱정을 한다고 말하지만 속으론 자기 생각만 하고 있다. 이들의 고해를 듣는 신부는 어쩌지 못하고 다 안다고만 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18세기 교회와 종교에 대한 세르반테스식 증언이다.

오만석, 오나라 ‘나라와 만석의 Love Theme’ / [김종욱 찾기] 중에서

영화도 그렇지만 뮤지컬도 로맨틱 코미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무척 좋아하긴 하는데 보고 나면 다 잊어버려서 쓸 수가 없다. 하지만 [김종욱 찾기]는 그렇지 않았다.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들을 이어가는 연극적 재미, 관객과 배우가 약속하고 환상을 보려는 장르적 재미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음악은 스윙이다. 친근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음악. 리듬이 끊이지 않는 중에도 연극은 계속된다. 이런 것이 뮤지컬의 매력 아니겠나?

이승현 ‘내 이름은 악토르 시베르치코프 쟈보르시스키’ / [밑바닥에서] 중에서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막심 고리끼의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러시아 냄새를 물씬 풍기는 소품들도 그렇지만 가장 러시아스러운 것은 노래였다. ‘블라디보스톡의 봄’을 듣는 것만으로 오싹한 시베리아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이 곡은 마지막 장면에, 그러니까 다 포기하고 노숙자처럼 쭈그리고 있던 쟈보르시스키가 부르는 단발마의 비명 같은 곡이다. 이 웅장함, 화려함, 그 뒤에 깔린 비장함.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이 곡을 듣기 위한 스토리텔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지민 ‘And I’m Telling You I’m Not Goning’ / [드림걸스] 중에서

영화 [드림걸스]를 보면서 제니퍼 허드슨의 목소리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는데, 홍지민에게는 그것이 무척 부담이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해냈다. 고전적인 소울 여가수의 포스를 그대로 풍겼다. 미8군 스페셜A 밴드의 리드 보컬 같았다. 부족한 점은 홍지민이 아니라 밴드에 있었다. 싱코페이션이 다 죽은 소울이라니 상상할 수 없다. 영화의 찰진 그루브를 재현하기란 여간 해서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출처 : 간지  http://kanzi.m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