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이야기/음악이야기

7080세대에게 들었다 “7080 문화도 수출될까?”

즐락지기 2011. 7. 13. 15:37

7080세대에게 들었다 “7080 문화도 수출될까?”

 

- ‘복고 르네상스’ 한류의 지평 넓히는 촉매제 될 것

 

[서울] 대한민국은 현재 아이돌 열풍이 한창이다. 각종 음원차트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름은 몇 달째 인기 아이돌 걸그룹의

노래이며 텔레비전을 틀면 음악 프로그램부터 예능 프로그램까지 아이돌이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이런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아이돌이 차지한 자리에 중장년층 문화가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음원차트에서는 아이돌이 대세일지라도 음반 차트에서는

세시봉 친구들, 이소라의 앨범이 상위권에 안착해 있다.

연극 무대에서는 중년의 삶과 사랑,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뮤지컬 무대에서도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 인기다. 올해 상반기 영화계를 휩쓴 작품 또한 7080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 영화였다.

말 그대로 ‘복고 르네상스의 시대’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중장년층 문화가 다시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놀러와’ 특집 공연에

출연하자마자 전국에 열풍을 불러온 ‘세시봉’을 빼놓을 수 없다. 세시봉은 대한민국 통기타 1세대로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 이장희, 조영남이 그 주인공이다.

‘세시봉 친구들 스페셜’은 녹슬지 않은 가창력과 가슴을 울리는 서정적 가사,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덕분에 세시봉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몰고다니며 장장 5개월의 전국 투어 콘서트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세시봉은 진정성을 무기로 50~60대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스물두 살 딸과 함께 쎄시봉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김태환(남·53세)씨는 세시봉의 인기 이유를

‘7080의 문화적 욕구가 폭발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김 씨는 “그동안 텔레비전에서는 아이돌과 댄스 음악이 대세였고

집에서도 늘 리모콘은 딸들의 차지였다.”며 “안팎으로 소외감을 느낀 중장년층이 문화에 대한 갈증을 표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세시봉을 보면서 옛 추억과 향수에 젖을 수 있었다. 예상외로 온 가족이 7080문화에 공감했고

지금은 함께 옛날 음악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장년층 문화에는 단순한 추억만이 아닌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트리오 세시봉’인 송창식(왼쪽부터), 윤형주, 이익균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트리오 세시봉’인 송창식(왼쪽부터), 윤형주, 이익균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에서 멋진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미자(여·56세)씨는 7080 문화가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로 가창력을 꼽았다.

이 씨는 “즉석에서 자유자재로 자신들의 노래를 연주하고 직접 부르는 가수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씨는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노래들이 다 비슷비슷한 댄스 음악이 되었고 우리 세대가 즐겨볼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의 숫자가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시 돌아온 쎄시봉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고 나니 내 시간이 많아졌고 남편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돌아온 것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가수들 뿐 아니라 최근 내한한 해외가수들의 인기 또한 이러한 7080세대의 귀환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3월에 방한한 라틴록의 대가 산타나와 이글스 등은 7080세대들로부터 특히 큰 인기를 얻었다.

기타의 거장 에릭 클랩튼의 내한공연 모습.(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타의 거장 에릭 클랩튼의 내한공연 모습.(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지난 2월 내한한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관람했다는 박지선(여·52세)씨는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오겠냐는 생각에 큰 맘 먹고

표를 예매했다.”며 “지금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가수에 열광하는 것과 똑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진영(남·49세)씨는 “최근 7080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같이 공연을 본 사람들 대부분이 내 또래였던 것을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최 씨는 이어 “예전에는 자녀들과 점점 거리가 벌어진다고 느꼈는데 요즘에는 그 거리가 좀 줄어든 것 같다"면서

"자녀들과 관심을 공유하게 되다보니 더욱 친밀해졌다. 옛것의 재발견이 7080문화의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쟁쟁한 할리우드 영화들을 모두 누르고 올해 상반기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한국 영화 ‘써니’.

대형 스타 하나 없는 이 영화의 열풍 역시 7080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7080 세대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 공감했을 뿐 아니라 부모 세대에 호기심을 가진 젊은층들이 가세한 것이다.

영화
영화 ‘써니’(감독 강형철) 추억 공감 콘서트에서 배우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그렇다면 7080세대가 바라보는 현재 대중문화의 모습과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은 어떤 모습일까.

이들은 하나같이 ‘한류’라고 입을 모았다.

김미숙(여·54세)씨는 “솔직히 요즘 가수들이 다 비슷비슷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노래 뿐 아니라 의상, 춤 하다못해

가수들의 얼굴까지도 닮아있어 구별이 쉽지 않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우리 어머니가 내가 해외 가수들을 좋아했을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멤버를 알아보지 못하셔서 서운했던 것과 같은 상황인 것 같다.”며 웃었다.

김 씨는 “며칠 전에 딸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다가 복고풍 디스코가 나오는 것을 봤다. 복고풍 디스코에 다시 젊은이들이

열광한다는 것이 반가웠다.”며 “만약 이런 식으로 젊은이들이 계속 우리 시절의 노래에 열광한다면, 한류열풍을 타고

외국인들이 우리 세대의 노래에 춤추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영식(남·52세)씨는 “요즘 대중문화는 우리 때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이 씨는 “우리가 젊었을 때는 미국이나

영국의 밴드들에 열광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의 가수들이 그 대상인 것 같다.”면서 “가족들과 함께 간 여행에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나보다 더 한국 가수들 이름을 줄줄이 읊어대던 외국인들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TV에서 유럽 등 다른 나라를 휩쓴 한류열풍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새삼 세월이 흘러간 것을 느꼈고

우리나라의 문화가 이렇게 발전했나 싶어 놀랍기까지 했다.”며 “앞으로 7080문화 같은 다양한 문화가 더해져 한류의

폭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복고 열풍이 거세다. 특히 7080 문화의 귀환이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크다. ‘복고 르네상스’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가 문화의 지평을 넓혀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책기자 강윤지(대학생) hi_angi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