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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의 ‘뮤즈’ 그리고 밴드 ‘뮤즈(Muse)’

즐락지기 2012. 11. 2. 15:05

신화 속의 ‘뮤즈’ 그리고 밴드 ‘뮤즈(Muse)’

 

‘Rock Spirit Trilogy’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줄 ‘뮤즈’가 드디어 여섯 번째 앨범 [The 2nd Law]를 들고 팬들 앞에 섰습니다. ‘뮤즈’의 이전 앨범들보다 더 웅장해진 스케일과 멋진 사운드로 중무장한 앨범 [The 2nd Law]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Supermassive Band, The Muse ! ‘말러’보다 더 웅장하고, ‘쇼스타코비치’ 보다 더 우아하다.
뮤즈의 여섯 번째 악장. [The 2nd Law]




 

■ 신화 속의 ‘뮤즈’ 그리고 밴드 ‘뮤즈(Muse)’
 
잠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뮤즈’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헤시오도스’ 문헌 이후에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진 아홉 명의 ‘뮤즈’는 신화적 세계와 인류에게 예술과 영감의 원천으로 알려져 있다. 신중의 신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 사이에서 태어난 아홉 명의 여신들은 ( ‘탈리아(Thalia)’는 희극, ‘폴림니아(Polymnia)’는 찬가, ‘우라니아(Urania)’는 천문, ‘칼리오페(Calliope)’는 서사시, ‘클리오(Clio)’는 역사, ‘에우테르페(Euterpe)’는 음악, ‘멜포메네(Melpomene)’는 비극, ‘테르프시코레(Terpsichore)’는 춤, ‘에라토 (Erato)’ 는 서정시 ) 관장하는 분야도 각각 다르고, 상징물도 다르지만, 서로 어우러져 신화 세계와 인류의 창조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하였다.
실제로, 그리스 신화를 들여다보면, ‘뮤즈’들은 신화적 스토리를 더 흥미롭게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들의 이야기들은 ‘구스타브 모로(Gustave Moraeu)’, ‘클라우드 로레인(Claude Lorain)’, ‘라파엘(Raphael)’ 같이 당대 내놓으라는 예술가들의 작품 소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왜 밴드 ‘뮤즈’ 소개를 하는데, 느닷없는 설을 푸냐고 하겠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메튜 벨라미’가 영감을 받아 현존 최고의 브리티시 슈퍼밴드 ‘뮤즈’의 이름을 있게 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밴드들은 초창기에 어느 정도의 시련을 겪은 후에, 피나는 노력과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한다. 대게, 각고의 시간 끝에 나온 음악은 진정성과 아우라를 풍기면서 자연스럽게 대중들이 선물하는 인정과 명성 그리고 부를 거머쥔다. ‘뮤즈’ 또한 이런 절차와  거리가 먼 밴드는 아니다.  
사실,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 ‘크리스 볼첸홈(Chris Wolstenholme)’, ‘도미닉 하워드(Dominic Howard)’ 세 남자가 ‘뮤즈’란 이름으로 뭉쳐 첫 앨범 [Showbiz]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뭇 평단은 ‘라디오 헤드(Radiohead)’의 아류’ 라는 힐난 섞인 시선으로 그들의 음악을 평가절하했다. ‘절차탁마’ 끝에 발표된 앨범 [Origin of Symmetry]에서 ‘Plug In Baby’가 대중들의 마음 속에 중독의 플러그를 꽂는 순간 ‘뮤즈’는 좀 더 과감해진다.

세 번째 앨범 [Absolution]에서 이들의 사운드는 일취월장한다. 이 때부터 ‘뮤즈’를 ‘라디오헤드’의 아류라고 비난하던 어리석은(?) 평론가들도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이 후 ‘뮤즈’의 사운드는 인간의 내면적인 이야기에 음악적 드라마를 자신들의 어법으로 담아내기 시작한다. 평소 클래식 애호가인 ‘매튜 벨라미’는 ‘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와 ‘장 필립 라모(Jean, Philippe Rameau)’ 에게 영향 받은 드라마적인 멜로디 구성이나 ‘쇤베르크(Schönberg)’ 의 실험적인 화성을 과감하게 ‘뮤즈’ 사운드에 도입하면서 무게감과 강인함이 내재한 구조적이고, 아름다운 락 음악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 결과 앨범 [Black Holes&Revelations]과 [The Resistance]로 ‘뮤즈’는 ‘스케일’과 ‘스타일’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 
 

■ ‘스타일’과 ‘스케일’을 잡은 슈퍼밴드 ‘뮤즈’, 여섯 번째 악장 [The 2nd Law]를 연주하다. 
 
멋지게 성장한 ‘뮤즈’는 앨범 [The Resistance] 이후 3년만의 신보를 내놓았다. 그 동안 목놓아 기다렸던 세계의 많은 뮤즈 팬들은 반가움의 환호성을 질러댔고, 예상했던 대로, 여섯 번째 정규 앨범 [The 2nd Law]는 발매 즉시, 영국을 비롯하여 전세계 19개국에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다.  ‘뮤즈’도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팬들과의 만남을 위해 라이브 투어 일정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해가면서 자신들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뮤즈’의 이번 앨범 타이틀은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법 한  [The 2ND Law-
열역학 제 2의 법칙(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테마로 선택했다. 간단히 말해,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인류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의 본질적 가치가 소멸되어가는 것에 대해 슈퍼 밴드다운 고민과 담론이 이 앨범에는 고스란히 담겨있다. 
 
뮤즈의 기존 팬들이었다면, [The 2nd Law]에서 음악적으로 [Black Holes&Revelations]과 [The Resistance]이 좀 더 진보된 사운드로 업그레이드 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메튜 벨라미’의 말을 빌리자면, 앨범 [The 2nd Law]에는 “일렉트로팝, 클래식 록, 그리고 사운드 트랙 스타일의 세 가지 다른 장르들이 공존”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기존 아이덴티티에 음악의 과거(클래식), 현재(덥스텝,일렉트로닉), 미래 (뮤즈)를 적재적소에 담아내어 ‘뮤즈’ 음악의 또 다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우선, 런던 올림픽 공식 주제가로 선정된 첫 싱글 `Survival`과 두 번째 싱글 `Madness` 는 이번 앨범에서 ‘뮤즈’가 표현해내고자 하는 사운드의 두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용돌이치는 폭풍우처럼 역동적이고, ‘말러’의 교향곡같이 웅장한 ‘스케일’의 본보기가 ‘Survival’ 이라고 본다면, 끊임없는 실험과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뮤즈 스타일’의 본보기는 `Madness` 라고 볼 수 있다.

 

 

종전 앨범들에 비해, 뮤즈는 자신들의 묵직했던 사운드에 펑키(Funky)한 숨결을 불어넣어 신선한 자극을 주는데, 곡 ‘Panic Station'에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Superstition'에 참여했던  세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댄서블한 뮤즈표 록 사운드를 선사해주고 있다

 
현재, 가장 트랜드한 일렉트로닉 문법으로 자리잡은 ‘덥스텝’의 이종교배와 ‘뮤즈’ 고유의 ‘클래지컬’ 어프로치가 결합된 ‘Follow Me’와 ‘Exogenesis: Symphony’ 연작은 앨범 [The 2nd Law]에서 ‘뮤즈’의 가장 과감하고 실험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트랙들이다. 사운드의 웅장함과 세세한 사운드의 섬세함 또한 놓치지 않은 ‘뮤즈’의 완벽주의는 점묘로 완성시킨 거대한 폭의 숲 그림을 보는 느낌을 준다. 특히, 전작에 실린 ‘Exogenesis: Symphony’ 트릴로지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는 ‘The 2nd Law’’ 연작은 송가와 심포니 같은 고전 음악 문법에 현존의 ‘덥스텝’과 ‘일렉트로닉’을 수용하여, 완벽한 프로덕션을 추구하는 ‘뮤즈’의 사운드가 이뤄낸 또 하나의 걸작이라고 볼 수 있다. 
 
‘Time Is Running Out’이나 ‘Undisclosed Desires’ 같이 ‘뮤즈’ 스타일의 기승전결을 느껴보고 싶다면, ‘Big Freeze’ 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조우할 수 있다. 또한, ‘크리스 볼첸홈’이 알콜 중독의 악몽을 떠올리며 작곡하고, 노래한 'Save Me'와 'Liquid State'는 기존 ‘뮤즈’ 앨범에서 느끼지 못했던 색깔들을 발견하게 해준다. 


■ 앨범 [The 2nd Law], 여섯 ‘뮤즈’를 품다.

[The 2nd Law] 에서  ‘뮤즈’는 ‘말러’보다 더 웅장하고, ‘쇼스타코비치’ 보다 더 우아한 락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인류의 거대한 담론을 자신들의 진지한 고민과 함께 음악적 변화까지 이끌어낸 뮤즈의 시도는 구조적이고, 고도화된 음악적 화법으로 우리의 정신을 계몽시켜준다.   
 
‘대서사시’ 같은 웅장함이, 인간적 고뇌가 표출된 ‘비극’이, 감미로운 ‘사랑’이, 찬미로운 ‘찬가’가, 들썩거리는 ‘춤’이, ‘뮤즈’의 ‘음악’이 ‘칼리오페’, ‘에우테르페’, ‘멜포메네’, ‘테르프시코레’, ‘에라토’, ‘폴림니아’를 우리의 삶 속으로 조용히 소환하여, 합창하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The 2nd Law]에서 ‘뮤즈’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또 다른 메시지다.  

 

출처 : http://mnet.interest.me/index.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