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이야기/밴드 이야기

신음발사, 신촌 음악문화의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

즐락지기 2010. 8. 23. 13:08

신촌과 음악, 이 두 단어의 조합은 뭔가 어색하고 낯설다. 보통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신촌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으로선 음악문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대학생의 젊음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포크음악의 진원지였던 신촌이 오늘날에는 그저 ‘오를 대로 오른 취기’와 ‘비틀거리는 유흥’에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촌의 음악문화가 번영하는 날을 꿈꾸며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신촌 음악문화의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 줄여서 신음발사라고 하는 단체의 구성원은 직접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공연장를 대관하여 공연을 기획한다. 그리고 신촌에 있는 숨겨진 맛장수를 찾아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음악과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음악 감상회를 연다. 신음발사의 운영진은 이 모든 일의 원동력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인 ‘신촌’이 단순히 향락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닌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흐르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찾는다. ‘신촌의 음악 문화’라는 꿈을 그리는 신음발사의 최윤석씨(27) 이야기를 들어보자.

음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신음감도의 모습.



-‘신촌 음악문화의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단체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신촌의 음악문화의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에는 이 조직의 목적과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모두 나와 있어요. 현재는 음악 감상회를 기획하고 마포FM에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동시에 온라인 클럽을 운영하고 있고요. 저는 신촌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고,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사실 신촌은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오가는 공간이지만, 특별히 음악을 즐기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러다 보니 음악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홍대를 찾게 되고, 신촌에는 음악 문화 자체가 발전할 기반이 사라져가는 거죠. 내 20대의 공간인 신촌이 하나의 공동체라기보다는 좀 더 물질적인 것들, 사람들의 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시설들 위주로 발전해 나가는 점이 아쉬웠어요. 그렇다고 여기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닌데요. 문화적 욕구를 가진 사람들은 신촌의 이런 모습을 아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신음발사 운영진의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운영은 대부분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서 이루어지고, 공연이나 감상회에는 학생 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많이 참여해주세요. 저희 조직이 아직 비즈니스 모델이 정확하지 않아 이윤을 창출하지 못해요. 이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다들 공부나 일,알바 등의 주업을 가지면서 남은 시간을 신음 발사 활동에 할애하죠. 이런 형태이다 보니 지속적인 운영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하는 데, 더 이상 활동이 불가한 사람이 나가기 전에는 인원을 미리 충원해서 단체가 돌아가는 게 문제가 없게끔 해놓고 빠지는 조직운영에 관한 그런 기본적인 규칙은 있어요.”

-신음발사가 시작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 고기 집에 단골로 다니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가게 사장님은 지금은 요식업을 하시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계셔서 과거에는 음악 쪽에 종사하신 분입니다. 그러다보니 식당에 직접 선곡한 곡도 틀어 놓기도 하고, 음악 하는 학생들이 오면 안면도 익히면서 친해졌죠. 단골이 된 친구한테 ‘혹시 공연 기획에 관심 없느냐, 연대친구들이나 이쪽 대학 다니는 친구들 때문에 내가 밥 벌어 먹고 살고 있는데, 이쪽에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이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지 않겠느냐’ 하시더라고요. 이게 신음발사의 시초였어요. 그렇게 관심 있는 사람 5명이 모여서 기획을 하게 됐죠. ‘그러다 단순하게 공연을 한번 하고 나서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 신촌에서 잠깐 즐기고 마는 거지 달라지는 게 없다’ 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체를 만들어서 꾸준히 공연을 기획해보고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었죠.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밑바탕을 만들고 뿌리를 한번 내려 보자는 거죠.”

-신음발사가 주최하는 활동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무지개를 닮은 뮤직에’라는 공연, 음악 감상회인 ‘신음감도’, 마포FM에서 하는 ‘룰루두근 신촌’ 등이 있어요. 또 '룰루두근 신촌' 중 즐겨찾기라는 코너에서 취재를 통해 알려드린 장소를 중심으로 신촌 문화지도를 만들고 있기도 해요. ‘무지개를 닮은 뮤직에’의 뜻은 일곱 가지 무지개 즉 다양성 있는 음악이 신촌 음악문화의 지향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지었어요. 과거에 통기타나 포크로 대항하는 문화가 강세일 때가 있었잖아요. 그 이후로 많이 쇠퇴했던 포크문화를 되살리고도 싶었고요. 한국의 힙합 1세대들의 토양이 신촌인데, 이러한 문화적 토양이 지금은 없지 않나요? 다양한 음악을 아울러보자 해서 무지개가 된 거구요. 신촌의 척박한 음악 문화에 우리의 공연이 비를 내리고 무지개를 띄울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도 있죠. 아, 지금 ‘무지개를 닮은 뮤직에’ 공연은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예요.”

-공연은 신음발사의 주요 활동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중단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신촌에도 음악할 만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공연의 목적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그런 장소들은 웬만큼 다 소개가 됐고요. 현재는 신촌 콘서트나 음악당에서 꾸준히 공연이 열리고 있어서 저희는 그 공연을 신촌 주민들에게 알리는 데 더 노력하고 있어요. 신촌의 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과 공간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게 저희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마포FM에서 방송하고 있는 '룰루두근신촌'이 음악뿐만 아니라 신촌의 맛집, 신촌의 소식 등을 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에요.”

-음악 감상회 ‘신음감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신촌 음악 도시락 감상모임’의 줄임말인데요. 저도 어떤 블로거가 준비한 음악 감상회를 처음 접하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이왕 하는 거 신촌에 맛 집도 많으니까 거기서 맛있는 것도 먹고 음악도 듣는 시간을 가지는 게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감상회는 다양한 스타일로 진행 되요. 회원들이 직접 음악을 선곡해 오시기도 하고, 아티스트를 섭외해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영상회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좋아하는 형식을 골라 참여할 수 있어서 사람들이 신선하다고 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공연을 보는 청중과 공연을 하는 뮤지션 사이에는 뚜렷한 벽이 존재하잖아요. 신음감도에서는 청중도 자신의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뮤지션들의 진솔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그 소통의 폭을 확장할 수 있어요. 특히 인디 밴드들 같은 경우에 음악에 대해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참 부족한데,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함으로써 대중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기도 하구요.”

다함께 음악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참여 아티스트 섭외를 비롯해 비용 등 공연이 어떤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나요?
“일단 저희는 아티스트 분들께 개런티를 드리지 않아요. 공연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도 저희를 통해서 자신들을 알리고, 저희도 그들을 통해서 신촌 음악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니까 ‘윈윈전략’인 거죠. 저희가 만약 이윤을 창출하게 되는 수준이 되면 창출되는 이윤은 가장 먼저 아티스트 분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 저희도 다른 부분을 제외하고 딱 회계만 따지고 봤을 때도 거의 마이너스니까요. 드리고 싶어도 드릴 수가 없는 거죠. 공연 하나 하는 것도 지금 쉽지가 않은 상황이고요. 그걸 이해해주시고 대관도 싼값에 해주시고 공연도 무료로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죠. 공연장 대관료는 공연 티켓 비로 충당하구요. 그 외에 저희 인건비 같은 건 전혀 없고 완전히 자발적으로 하는 시스템 이예요. 나라에서 문화적으로 뜻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서 대관도 해주는 그런 이상적인 사회면 저희도 재미있게 하고 좋겠지만 그런 게 부족해서 아쉽죠. 저희가 그런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싶은데 아직은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아요.”

-그러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예를 들면 정부의 지원과 같은 것들이요.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건 누구나 느끼는 게 아닐까요? 문화계 인사들이면 누구나 느낄 겁니다. 지금은 진짜 신촌 음악 문화의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 정말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재정적 한계를 모두 감안하고 여기서 음악을 즐기면서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가는 거죠. 사람이 꿈을 가지고 사는 거지 그런 게 없으면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죠.”

-신촌과 홍대의 음악 문화를 구분 짓는 것처럼 들리는데, 신촌과 홍대의 경계가 애매하지 않나요?
“홍대나 신촌을 굳이 구분 짓지 않지만 홍대는 이미 발전이 되어 있고, 저희는 죽어있는 신촌 음악 문화를 발전시키고자 하니까 풀뿌리처럼 자라고 있고, 이제 시작하는 밴드들을 선호하고 있죠. 홍대를 기반을 둔 밴드를 일부러 배제하는 게 아니라, 신촌 홍대 구분이 없을 만큼 이 지역의 음악문화가 크게 발전할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신촌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으려는 건가요?
“그렇죠. 신촌이 젊은 사람들의 유동인구가 굉장히 많고 사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 모든 사람들이 술 마시고 노는 것만 좋아해서 신촌이 지금의 이런 모습이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문화적 욕구를 발산하고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반을 누군가 마련해 준다면 단순히 술과 유흥이 아닌 진정한 음악 문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죠. 주변에 이렇게 대학교가 많은 대학문화가 어떻게 하나도 없을 수가 있어요. 안타깝죠.”

-신음발사의 활동을 하면서 뿌듯했던 성과가 있다고 들었는데 무엇인가요?
“먼저 신촌콘서트라는 계절 시리즈의 공연이 새로 생겼어요. 신촌 콘서트의 최초의 기획자 분은 사실 저희 공연에도 섰던 적이 있으신 분이예요. 저희 활동을 지켜보면서 신촌 음악 문화의 희망을 발견하고 저희와 같은 바람으로 공연을 기획하게 된 거죠. 또 신촌 음악당이라고 원래 홍대의 일반적인 라이브 클럽처럼 공연을 하다가, 한참 쉬고 있던 곳이 있어요. 수입도 없고 해서요. 그런데 신촌 음악당도 저희의 공연 취지를 듣고 다시 정기공연을 올리고 있어요. 신촌에서도 라이브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 늘어가고 있죠. 저희의 성과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서로의 희망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고 뿌듯하죠.”

-신음발사 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나 참여는 어느 정도인가요?
“음악 감상회에 한번 와보신 분들은 다음에 또 오고 싶어 해요. 만족도가 높아요. 특히 회원 음감회에서 직접 선곡해 와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장 재미있어 하시고, 그 때 참여도가 높고요. 반면 ‘뮤직에’ 공연 반응은 생각보다 별로에요. 대학생들이 너무 메이저 음악문화만 쫓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대학생들이 자립적인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해서 대학생들의 음악, 문화에 대한 욕구가 모두 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음악적 조예가 깊은 블로거들도 많고 20대도 많거든요. 그런데 욕구를 가진 사람들, 대학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하는 동기들을 찾아내는 노력이 더 필요하겠죠. 뮤직에 공연은 신음감도에 비해 만족도도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아요. 신촌이라는 타이틀만 가지고 있지 다른 공연과의 차별화를 갖기가 힘들어서요. 신촌만의 무언가를 끌어낼 수 있는 기획력이 필요해요.”

야외에서 피크닉으로 진행된 신음감도.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요?
“신음발사가 포커스를 맞춰야 되는 부분은 아티스트와 관객, 그리고 공연을 지원해주는 음악 바 사장님들까지 이렇게 세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앞에 2가지에는 초점을 많이 맞춰온 것 같아요. 그런데 음악 바 사장님들께는 저희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터넷 클럽에 글이나 영상을 통해서 음악 바 사장님들을 인터뷰 하면서 그분들의 애환이나 고민을 들어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고요. 또 신음발사의 온라인 클럽이 신촌의 문화 이야기를 체계적이고 업로드해서 문화적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클럽을 통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음악을 다루고 있지만 저희를 계기로 해서 음악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연극 등의 문화발전도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친 최유라의 생각> 신음발사.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애써 준비한 공연은 관객들에게 외면 받기 일쑤다. 티켓비는 공연장 대관료를 겨우 충당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신촌과 술을 함께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신음발사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젊은 당신이 있다면 신촌은 이미 변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신촌이 가진 젊음의 기운이 음악과 함께 흐르게 될 날을 그리는 그의 얼굴이 밝다.

최유라/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